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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 A History of Psychiatry's Bible

by 40K40T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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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 진단 체계는 믿을 수 있을까?

- 정신의학 진단, 약물치료, 그리고 상업적 구조


DSM이란 무엇인가?

-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은 전 세계 정신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진단 도구입니다. ‘DSM’이라는 이름은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만든 진단 기준서의 약자로, 현재는 다섯 번째 판 개정판인 **DSM-5-TR(2022)**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 매뉴얼은 수많은 정신과 진단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이를 통해 의사들이 서로 같은 질환을 동일하게 이해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1980년 DSM-III가 나오면서부터는 구체적인 증상 기준을 정해 진단자 간의 일관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 하지만 DSM의 진단 기준이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분류’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와 임상 현장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DSM이 현대 정신의학을 ‘약물 중심 치료 체계’로 만든 핵심 도구가 아닌가 하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약 처방을 위한 ‘도구’로 변한 DSM?

이 문제를 가장 깊이 있게 다룬 연구자 중 한 명이 바로 Allan V. Horwitz입니다. 그는 저서 《DSM: A History of Psychiatry’s Bible》(2021)에서 DSM이 본래 정신질환의 진단 기준서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회사, 보험 시스템, 의료기관의 이해관계에 따라 약물 치료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합니다​.

1. 진단 없이는 약 처방도 어렵다

현재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은 ‘DSM 진단’을 전제로 승인됩니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나 ADHD 치료제, 항정신병 약물은 모두 특정 진단이 내려졌을 때만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허가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만 약물 처방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보험에서도 이 기준이 그대로 사용됩니다​.

2. 진단이 늘어날수록 약도 늘어난다

DSM은 판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진단 항목들을 추가해왔습니다. 그 결과,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의 수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제약회사들은 신규 진단에 맞춘 약물 개발과 판매를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슬픔’이나 ‘산만함’ 같은 비교적 일반적인 경험도 DSM의 기준에 맞으면 진단명이 붙고, 곧바로 약물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3. 아동과 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ADHD, 양극성 장애 같은 진단이 어린이에게까지 확대되면서,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의 약물 처방이 급증했습니다. Horwitz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필요한 치료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DSM이 제약회사의 시장 확대에 이용된 측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DSM 진단과 약물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여러 정신의학 관련 서적들, 특히 《Cambridge Prescriber’s Guide in Psychiatry》(2023), 《Pocket Prescriber Psychiatry》(2024), 《DSM-5-TR Made Easy》(2023)는 DSM 진단과 약물의 적응증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아래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주요우울장애 (우울증)

  • 대표 약물: 플루옥세틴(프로작), 설트랄린, 에스시탈로프람
  • 사용 조건: DSM-5 기준에 따라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만 SSRI, SNRI 등의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ADHD

  • 대표 약물: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자극제 계열), 아토목세틴(비자극제)
  • 사용 조건: 진단이 내려져야만 약물 처방이 가능하고, 학교 지원이나 복지 연계도 이루어집니다​.

- 양극성장애

  • 대표 약물: 리튬, 발프로산, 퀘티아핀, 아리피프라졸
  • 사용 조건: 조증 또는 우울 삽화가 명확히 DSM 기준에 맞아야만 약물 치료가 가능합니다​.

- 조현병

  • 대표 약물: 리스페리돈, 올란자핀, 졸프레시돈 등 항정신병제
  • 사용 조건: DSM 진단 없이는 약물의 보험 적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진단과 약물의 연계가 낳은 문제들

정신의학 진단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치료의 편향

DSM(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은 오늘날 정신의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진단 도구입니다. 이 매뉴얼은 정신질환을 분류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며, 치료 계획 수립, 보험 적용, 약물 승인 등에서 핵심적인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DSM 진단과 약물 처방이 긴밀하게 연계된 구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특히 질병 중심 사고와 약물 중심 치료가 강화되면서, 정신질환 치료의 균형이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 진단이 곧 약물 승인 기준이 되는 구조

DSM 진단은 단순한 평가 기준을 넘어서, **약물 처방과 보험 적용을 결정짓는 ‘출입구’**로 기능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을 DSM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합니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SSRI), ADHD 치료제, 항정신병제 등은 모두 특정 DSM 진단이 내려져야만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Allan V. Horwitz는 이러한 구조를 “DSM이 치료의 기준을 넘어서 약물 시장 진입을 위한 코드 체계가 되었다”고 비판합니다​.

2. 진단의 수 증가 → 약물 시장의 확장

DSM은 판이 거듭될수록 새로운 진단 항목을 추가해왔습니다. 그 결과, 정상 반응으로 간주되던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까지 질병화되고, 약물 치료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는 DSM-5에서 애도 반응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주요우울장애로 진단 가능해진 변화입니다. 이는 상실에 대한 정상적 슬픔조차도 약물 치료 대상으로 포함시킨 셈입니다​.

이러한 기준 완화는 진단 수를 늘리고, 그에 따라 승인 가능한 약물의 시장도 넓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3. 아동·청소년 대상 진단 확대와 약물 남용

DSM-IV 이후 ADHD, 양극성 장애 등의 진단이 아동과 청소년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이 연령대의 약물 처방이 급증했습니다.

특히 ADHD 진단을 받은 학생에게는 **자극제 계열 약물(예: 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이 처방되는데, 이는 학업 성과나 집중력 향상 목적으로 남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청소년 양극성 장애 진단의 급증 또한 퀘티아핀(Seroquel), 올란자핀(Zyprexa) 같은 비정형 항정신병제의 과잉 사용으로 이어졌으며, 이들 약물은 체중 증가, 대사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 중복 진단과 다약제 처방의 증가

DSM의 범주적 진단 체계는 환자를 하나의 진단군으로 분류하기보다, 여러 진단명이 중첩되도록 만듭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경계성 성격장애가 함께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며, 이에 따라 복수의 약물이 병합 처방되는 일이 잦습니다.

이는 고령자나 청소년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으며, 약물 상호작용이나 장기적인 부작용 가능성을 높입니다​.

5. 심리치료와 재활적 접근의 소외

DSM 진단이 약물 치료 중심으로 정착되면서, 심리치료, 가족치료, 재활 중심의 접근은 부차적인 선택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보험 청구 체계에서 심리치료의 코드가 애매하거나 수가가 낮은 데서 기인합니다.

《Handbook on Optimizing Patient Care in Psychiatry》(2023)는 이를 지적하며,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심리사회적 개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 자기 낙인과 환자의 정체성 고착화

DSM 진단은 때때로 환자가 자신을 질병의 이름으로만 정의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조현병 환자야”, “ADHD니까 약 없인 아무 일도 못 해” 같은 인식은 자기 낙인을 강화하며, 회복과 재활을 위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Fish’s Clinical Psychopathology》(2024)은 이러한 **진단의 ‘언어적 무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7. 제약 중심 연구의 편향

DSM 진단이 약물 승인의 기반이 되면서, 제약회사는 DSM에 맞춘 연구만 수행하게 됩니다.

그 결과, 약물로 치료 가능한 증상군에 대한 데이터는 풍부하지만, 비약물적 치료나 복합적·비정형적 증상군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어 임상에서는 치료 선택지가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DSM과 약물 치료: 진단과 산업 사이의 경계

- DSM은 임상에서 진단을 내리고 치료 방향을 잡는 데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Allan V. Horwitz를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DSM이 단순한 진단 기준을 넘어서, 약물 중심 치료 체계를 정당화하는 산업적 구조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 DSM 진단 체계는 정신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도 치료 계획의 기초가 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진단이 곧 치료 결정의 전부가 되거나, 약물 사용의 출발점으로만 기능할 때, 우리는 치료의 본질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는 단지 병명을 붙이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경험,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회복을 함께 설계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DSM 진단은 출발점일 뿐이며, 다학제적이고 전인적인 접근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 Horwitz, A. V. (2021). DSM: A History of Psychiatry’s Bibl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 Hafizi, S., Jones, P., & Stahl, S. (2023). Cambridge Prescriber’s Guide in Psychiat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 Butler, M., Nicholson, T. R. J., & Rogers, J. P. (2024). Pocket Prescriber Psychiatry, 2e. CRC Press​
  • Morrison, J. (2023). DSM-5-TR Made Easy: The Clinician’s Guide to Diagnosis.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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